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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서해교전 당시의 군의관 수기

숨겨진 이야기 2010/04/16 16:42

이번 천암함과 관련되어서 군의관에 대한 오해로 보이는 이야기가 들려서 당시에 읽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어서 아래 글을 함께 해봅니다. 참고로 본 수기는 군 내부 공모전의 글로 알고 있습니다. 읽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02년 6월 29일 토요일. 나는 터키와의 월드컵 3,4위전을 앞두고 축제분위기 끝물의 애틋함이 괜히 섭섭해서 이런저런 월드컵 이야기를 동료들과 노닥거리며 퇴근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웬걸, 갑자기 구내방송이 나오고 어수선한 분위기... 이윽고, TV에서 연평도 앞바다에서 남북 해군간에 교전이 있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국군수도병원 전 군의관을 비롯한 장병들은 퇴근을 미루고 대기상태로 남겨졌고,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지나 헬기로 부상환자들을 후송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필요인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퇴근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그날, 외과계 군의관들은 입대 이후 미증유의 수고를 했음은 물론이다. 내과군의관들을 찾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귀가한 나를 아내와 뱃속의 아기가 반겼다. 점심 식사를 하며 흘깃거리던 TV화면에는 사망자를 비롯해서 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흐르고 있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만삭인 아내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던 나는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어쩐지 쉽게 퇴근할 수 있었던 것이 찜찜하더라니..

 

‘내과를 찾을 일이 뭘까?’

 

이유인즉, 경상자 중에서도 배의 화재로 인한 연기로 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이 있어 내과 군의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출근한 뒤 들어선 중환자실의 분주함은 수도병원 근무 후 처음 접하는 광경이었다. 응급수술을 마치고 누워있는 중상자들이 즐비했고 팔다리를 잃은 장병들도 눈에 띈다. 콧등이 시큰거렸다. 평화로운 대한민국에서 이게 웬 난리인가? 저 창창한 청춘들을 어찌 하라고...

 

화재에 의한 흡인손상이 의심되는 환자들을 봐주고 담당배정을 한 후

 

내 환자인 김중사의 몸에 박혀 미처 제거되지 않은 파편과 총알조각들을 손닿는 대로 마저 빼냈다. 14.5mm 기관총 탄두가 깨진 채로 등 뒤를 뚫고 들어가 방광을 찟고 사타구니 근처의 피부 밑에 묻혀 있었다. 피부를 절개하고 탄두를 끄집어내니 반동강이 난 것이 어딘가에 부딪힌 후 튀어 들어간 듯 했다. 그나마 경상을 입은 환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사뭇 처절했다.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계속 내려오는 북쪽 배를 가로막고자 참수리357호는 배의 옆구리로 적선의 진로를 막는 ‘차단기동’을 하고 있었다 한다. 차단기동이 무시무시한 이유는 서로간에 배의 옆구리를 고스란히 노출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이건 피차간에 절대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전제로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으니..

 

남하하던 북측 배가 방향을 틀며 옆으로 도는 순간 우리 장병들의 눈에는

 

포탑을 돌려 조준하고 있는 인민군들이 보였다. ‘어, 쟤네들 왜 저래?’하는 순간 적의 85mm포가 불을 뿜었고 가까이 붙어 있던 우리배의 함교(조타실)가 명중 당했다. 이후 우리의 포탑들이 차례로 가격을 당했다. 이때 함교와 포탑에 위치하던 장병들이 전사했다. 우리와 같은 전자조준장비도 없이 수동으로 조준하는 북쪽 함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우리를 노리고 미리 공격계획을 가진 상태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중앙 통제실인 함교가 무력화 되고 대응 사격할 수 있는 포탑들이 피격되어 어려운 전투를 벌이게 되고, 유명한 이야기지만 권모 상병 같은 경우는 왼손이 날아간 상태에서 오른손만으로 적 경비정을 향해 K-2소총을 발사하는 투혼을 보였던 눈물나는 전투는 이렇게 시작됐다. 더욱 황당한 것은 피격당한 참수리 357호가 당하고 있는 동안 급히 접근한 참수리 358호에서 북측 경비정에 포탄을 퍼부어 댔지만 그 상황에서도 북측 경비정은 오로지 357호만 공격 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더 위협적인 상대를 먼저 공격 해야 하는 것이거늘, 침몰시키겠다고 작정을 했던 모양인지 ‘난 한 놈만 패’ 식의 공격을 받고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 아 함정에 의해 예인되던 357호는 결국 가라앉아 버렸다. 당연히 북측 경비정은 옆에 있던 358호에 의해 신나게 두들겨 맞아서, 침몰되는 것만 겨우 면하고 퇴각하게 됐고 이후 들리는 이야기로는 북측 사망자만 30명 이상이라 한다. 같은 민족끼리 내가 더 많이 죽였네, 겨루는 것은 또 다른 비극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오전을 보낸 가운데 김 중사의 맞은 편 침상에서 생존자중 가장 많이 다친 박 상병을 접하게 된다. 건장하고 준수한 청년이었는데 의식은 없었고 인공 호흡기가 달려 있었으며, 내가 군대 온 이래도 목격한 가장 많은 기계와 약병들을 달고 있는 환자였다. 파편이 배를 뚫고 들어가서 장을 찢었고, 등으로 파고 들어간 파편은 등의 근육과 척추에 박혀 있었으며, 등과 옆구리는 3도 화상으로 익어 있었다. 오른쪽 허벅지에도 길쭉한 파편이 박히고, 전신에 총상과 파편창이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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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ellme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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